홈   >   자료실   >   자료실
자료실
디지털 기기, 어디까지 막고 얼만큼 허용할까
한국아동상담학회 05.06

 

디지털 기기, 어디까지 막고 얼만큼 허용할까

자녀교육 Q&A   글_ 노규식 청소년소아정신과 의사

 


  2016년 봄 알파고의 등장으로 AI에 대한 관심이 두려움에 가깝게 커지면서 스마트 기기와 디지털 기기에 대한 호기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는 걸 진료실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까지 대두되는 요즘, 디지털 기기, 마냥 쓰게 할 수도, 언제까지나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부모들은 이러한 스마트 기기를 성인이 된 다음에 접하여서 그 의미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오늘은 이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24개월 미만 아동 디지털 기기 제한해야
  우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매우 반대하는 연령대가 있다. 바로 24개월 미만의 아동들이다. 2014년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 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동영상이 상영되었다. 2세가 채 안된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태블릿을 가지고 잡지를 보고 있었다. 아이는 아버지의 무릎에 앉아 두 손가락으로 태블릿을 터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2주 후 아이에게 이때까지 보던 잡지와 똑같은 종이로 된 잡지를 건네주었다. 아이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아이는 그 책 표지를 두 손가락으로 벌리면서 확대하려는 시도를 반복적으로 했다. 아이에게는 책이란 두 손가락으로 확대할 수 있는 사물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사물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생기기 전에 디지털 기기는 아이의 인식체계 자체를 뒤흔들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대략 만 3세가 되면 디지털 기기를 통한 학습을 시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원칙이 있다. 실제 사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실제로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태블릿에서 선긋기나 색칠하기 앱이 있어도 실제로 크레파스나 색연필을 쥐는 활동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두뇌의 자극은 얻을 수 없다. 앱을 통해 터치를 하면서 블록을 쌓으면 미세한 손놀림은 연습할 수 없다. 동영상도 비슷한 면이 있다. 동영상으로도 토끼를 볼 수 있지만 농장에 가서 토끼를 보고, 만져보고, 냄새를 맡는 동안 얻을 수 있는 두뇌자극은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연령대는 실제 생활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내용을 체험해 보는 것 정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다.

 

 

  디지털 기기 자료를 얻기 위한 도구로서 활용
  최근 한글이나 덧셈, 뺄셈을 공부하는 앱이 나와 있고, 몇 가지를 체험해 본 적이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정교하지 못하고 꼭 디지털 기기로 해야 하는 의미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 많다. 오히려, 엄마가 직접 가르칠 때 줄 수 있는 관심과 칭찬의 기회마저 박탈하는 면도 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부모와의 소통이 학습보다 더 중요하다.
  초등학교에 가면 인터넷을 사용하고 디지털 교과서를 보고, 인터넷을 활용해 학습 자료를 찾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 때에도 중요한 것은 자료를 얻기 위한 도구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지 습득이나 연습이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고, 실제로 스스로 해보고 익히기 위한 사전 작업일 뿐이다. 따라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부모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에는 옆에서 감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학습과 관련되지 않는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절제하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와 스마트기기의 사용을 통제할 수 있는 앱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도 있다.
  미리미리 좋은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사춘기 때 무분별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스스로 조절하는 데에 가장 유용한 방법이 된다는 것도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 

  노규식 박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청소년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전임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외래교수 겸 연세 휴 클리닉 원장으로 일하면서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학생들과 부모들을 상담해 오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이전 목록 다음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
비밀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